닐라의 책 이야기 # 16. 치유의 날개, 버드스트라이크

안녕하세요.

"한 톨 감성"을 가진 닐라의 책 이야기 입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리뷰이며, 언제나 제 리뷰엔 자세한 책의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어요. 스포주의!!

 

 

오늘의 책은 "위저드베이커리"로 처음 접한 구병모 작가의 "버드스트라이크"입니다.

마법사의 빵집이란 배경과 마법의 빵들은 아주 흥미가 동하는 소재이긴 했지만 제 취향과는 조금 멀기도 한 소설이었어요. 다들 너무 좋았다는 감상들이 많아서 제가 유독 감성이 부족한가 하는 나름의 감성고찰을 느끼기도 했지만 어쨌든...

인기있는 작가라는 점은 분명해서, 가장 최근의 소설을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도시의 사람들과 날개가 있는 사람. SF와 판타지의 그 어디쯤..

 

저는 사전지식 없이 책을 고릅니다. 뭔가 알고나서 읽다 보면 스스로도 모르게 편견이나, 어떤 틀에 갇혀서 이야기를 읽어 나가게 되거든요. 그리고 책을 읽고 난 후 좀 더 알고 싶은 것을 찾아보는 편입니다. 

이번 책도 구병모 작가의 신작이란 점과 표지의 날개 그림 외엔 아무것도 모른채 읽기 시작했어요.

 

이야기의 첫 부분은 사막에 불시착한 남자와 그를 발견한 날개 달린 사람, 익인의 등장으로 시작합니다.

전 날개라는 것이 무엇가를 비유한 말인줄 알았는데 정말!! 날개달린 사람이 등장한다는 사실에 조금 당황하기도 했죠. 색다른 배경입니다. 고도로 발달한 도시의 사람들과 고원지대에 원시적인 삶을 사는 익인들.

익인들의 터전은 흔히 알고 있는 원시적인 부족들의 삶과는 또 다릅니다. 그들은 신앙이 있지만 무조건적인 신앙에 기대지는 않았으며 도시인들과의 거래도 활발하게 하고 있었죠. 상상하기 어려운 판타지스러운 동물들도 존재하고요. 익인들은 악하지 않은 성정탓에 다소 무리한 요구를 하는 도시인들에게 딱히 큰 적대감을 가지지도 않았습니다.

 

특별한 것은 익인들이 가지고 있는 치유의 능력입니다. 커다란 날개로 상대방을 감싸 안으면 상처나 병이 낫게 되는 신기한 능력. 사기적인 능력이기도 한데, 이런 탓에 그들의 능력은 결국 인간들의 탐욕의 대상이 되겠죠. 

 

 

루와 비오, 스스로의 자리를 찾지 못한 도시의 소녀와 다른 이들과 다른 익인 소년.

 

루는 혼외자식입니다. 도시안 청사에서 살고 있는 소녀는 달갑지 않은 시선들을 느끼며 언제나 주눅들어왔고, 익인 소년 비오는 다른 익인들과는 다르게 몸집과 어울리지 않는 작은 날개 때문에 무언가를 언제나 포기한 채로 살아왔습니다. 둘 다 스스로 원하지 않는 상황은 어른들의 일방적인 결정에 따른 거였죠.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이들은 언제나 외부의 일방적인 결정에 그저 휘둘릴 뿐입니다. 이건 누구나 한번쯤은 겪어봤음직한 일이예요. 씁쓸하지만 이 또한 현실이죠. 스스로를 책임질 수 없는 아이들은 보호자의 보호가 필요하고, 어른들은 아이들을 위해서 하는 행동이지만 그것에 따른 감정들은 돌볼 수가 없는 것도 현실입니다. 모든것을 완벽하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다만 바라는 것은 대화를 통한 이해와 인정인것 같아요.

 

 

"그러니 그 작은 날개로 어디까지 날겠는지 고민하기보다는

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지 않겠나"

 

 

 

도시를 공격했다 상처를 입고 사로 잡힌 비오는 의도치 않게 마주친 루를 인질로 잡고 도시를 탈출합니다. 그리고 루는 익인의 터전에서 지내게 되죠. 그곳에서 루는 비오의 아픔을 알게 되었어요.

남과 다르다는 것, 온전한 익인이 아니라는 것은 아무리 사랑을 받고 자랐다고 해도 상처를 받지 않는 것은 아니겠죠. 루와 비오는 서로의 상처를 알아보고 서로를 마음속에 담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예상할 수 있는 전개이기도 합니다.

 

상처가 있는 이들이 사랑에 빠진 것, 그리고 그로 인해 조금은 더 당당해 지는 것. 예상할 수 있지만 깊이 있게 서술되는 묘사들이 좋았습니다. 단지 가끔 너무 어렵고 몇번씩 꼬아낸 문장들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들이 있어요. 

 

 

"우리에게 귀한 것은 이름 뿐이었으니까. 서로를 부르고 대답할 수 있는 이름.

부르는 순간 세상에 단 하나만이 존재하는 것 같은, 평화와 친밀감과 흥분을 동시에 주는 이름.

단지 소리 내어 부르는 것만으로도 서로의 체취를 상기할 수 있는,

동시에 서로의 껍질 안쪽에 자리한 영혼이 돌출되고 마는, 그런 이름 말이야."

 

 

개인적으로 멋진 서술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입니다. 상처를 받아 서로에게 이끌리는 건 비오와 루만이 아니었죠.

 

 

공존 할 수 없는 탐욕과 쓰라린 상처의 아픔

 

어째서 인간은 자신과 다른, 특히나 경이로운 능력을 가진 자들을 발견 하면 언제나 이용하려고만 하는지, 씁쓸함과 안타까움이 찾아듭니다. 익인의 도움을 받는것에 만족하지 않고 잔인한 생체실험을 통해 그들의 능력을 스스로 쓸 수 있기를 욕망하죠.

언제나 탐욕은 무언가를 잃고 나서야 끝나고 맙니다. 하지만 반성은 없어요. 탐욕의 시작이 추측할 수 있는 그 무언가의 이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누군가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것은 결코 좋게 바라볼 수 없습니다.

 

비오는 사랑하는 동생을 잃게 되고 루는 커다란 부상을 당하고 맙니다. 비할수 없을 정도로 큰 사건과 고통, 아픔을 동반해야지만 성잘 할 수 있는 걸까요. 물론 평탄한 삶에선 기본적인 성격이나 생각들을 바꿀순 없겠지만 비오가 겪은 일들은 감당하기엔 좀 힘들어 보이네요.

 

이 소설은 지금 우리 사회와 비슷한 점이 많죠. 부족한 채로 태어나 다른 이들의 차별과 배척을 받는 아이들. 끝없는 탐욕에 불법을 저지르는 자. 잘못된 일을 하는 자식을 바라보는 아버지. 자연과 공존하는 이들과 고도로 발달된 기술을 가지고 이들의 착취하는 자들과의 반목. 소년과 소녀의 마음이 성장하는 일을 그린 소설이지만 수 많은 불편한 일들이 그 안에 같이 녹아 있어요.

무언가를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네요.

 

전에 읽은 아몬드와 비슷한 분위기가 풍기는데, 물론 조금은 다르지만요. 개인적으론 아몬드가 저에게 더 잘 다가온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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