닐라의 책 이야기 # 17. 프리마돈나의 삶, 러시안윈터

안녕하세요.

"한 톨 감성"을 가진 닐라의 책 이야기입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리뷰이며, 언제나 제 리뷰엔 자세한 책의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어요. 스포주의!!

 

 

오늘의 책은 세계2차대전 후, 러시아 냉전시대를 배경으로 한 프리마돈나의 삶을 이야기한 러시안윈터입니다. 이 책은 표지에 있는 "드가"의 "The Star" 발레리나의 그림을 보고 골랐습니다.

 

 

나비, 혹은 요정과 같은 아름다운 발레리나의 환상과 지배계층의 고객들

 

러시안윈터 표지에 쓰인 드가의 작품은 그 당시 러시아의 시대상을 확실하게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드가가 그린 발레리나들의 모습은 아름다운 모습들만 담은게 아니예요. 자세히 보면 뒤쪽으로 보이는 검은색 정장을 입은 남자의 모습이 보이는데, 이건 그 시절 부유한 고객들의 모습입니다.

발레리나들은 대부분 가난했으며 오페라하우스의 고객들은 부유했습니다. 그들은 공연 전후에 발레리나들을 따로 만나기도 했는데 간혹 발레리나들의 후견인이 되기도 했죠. 후견인이란 애인을 지칭하기도 했습니다.

 

 

 

외국 귀빈. 당 간부의 사택. 승용차와 에스코트 지원.

"국가의 지도자들에게 즐거움을 드리는 것이 얼마나 영광인지는 너희들도 잘 알겠지?"

 

오늘 그들이 서게 되는 무대는 넓고 화려한 연회장이다. 폴리나의 공연이 시작되자 니나는 비로소 숨을  고르고 연회장의 높은 천장, 호화로운 뷔페, 여러개의 양초, 전등, 꽃들을 바라본다.

지난 몇년간의 궁핍함, 피로, 굶주림을 이곳에서는 느낄 수 가 없다.

사람들은 공연을 보면서 담배를 피우고 음식을 입안에 넣고 씹고 삼키고 술잔을 부딪친다.

 

 

지금으로선 이해되지 않는 대우죠. 발레리나들의 대우는 결국 개인적으로 부릴 수 있는 과시하기 좋은 존재였습니다. 그리고 이런 개인공연을 넘어서서 발레리나들은 당 간부나 조금이라도 정치적인 힘이 있는 사람들과 인연이 닿길 원합니다. 지도자에게 즐거움을 드리기 위해 그들의 개인 사택에서 공연을 하고, 그것을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라니...안타깝습니다.

 

니나는 정치나 사회에 그다지 관심이 없습니다. 빅토르를 만나 결혼을 했고 남편의 주변인들과 친하게 지냈지만 니나는 오로지 발레뿐이었습니다. 아니, 오히려 니나는 발레 외엔 할 수 있었던게 없었을 수도 있겠네요. 니나의 시선으로 보이는 러시아의 상황은 생각보다 담담하고 잔잔하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엄청나게 긴박한 순간들, 공포스러운 순간들도 있었을텐데....이 러시안윈터를 소개하는, "비극적인 삶, 혼돈의 시대, 감동적인 사랑.."뭐 이런 것을 느끼기엔 좀 부족한것 같아요. 너무 잔잔하게 표현을 해서 그런가 싶기도 하지만... 소설의 초반은 좀 많이 지루합니다. 사건이 너무나 느리게 흘러가요.

그리고 현재 노인이 된 니나와 과거 러시아에 있던 니나의 삶이 교차로 서술됩니다. 말머리라도 좀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저 한줄 띄어쓰기만 된 상태여서 헷갈리고 집중이 안됩니다.

 

 

니나의 보석 경매, 어떤 숨은 이야기가 있는 듯한 호박세트

 

러시아를 탈출해 미국으로 망명한 니나는 프리마돈나의 삶을 살다가 은퇴한 후 자신의 보석들을 경매에 내놓기로 합니다. 그리고 어떤 사람이 그녀의 호박팔찌, 귀걸이와 한 세트인듯한 목걸이를 같이 경매에 내놓게 되죠. 과거를 잊고 싶어한 니나는 그 호박 목걸이로 인해 잊고 싶은 과거와 조우하게 됩니다.

 

절친했던 친구인 아름다운 베라, 그리고 그의 남편인 시인 빅토르, 베라가 사랑했던 음악가 거쉬.

니나는 다시 만난 베라가 반가웠고 그녀를 사랑했지만 언제나 질투에 사로잡혀있었던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베라를 누구나 사랑했거든요. 발레공연으로 언제나 바쁜 나날을 보냈던 니나는 어느순간 그들과 함께하지 못했죠. 자신의 일만으로 머릿속이 꽉찬 니나는 그들을 돌아보지 못했습니다.

 

시어머니가 의도적으로 보여준 호박세트, 원치 않는 임신으로 인한 다툼, 그 모든 일들이 니나를 의심에 사로잡히게 합니다. 변명이든 뭐든 남편 혹은 베라와 이야기를 했었어야 했는데 배신감에 상처입은 니나는 혼자 러시아를 탈출합니다. 어리석은 선택이었으나, 니나의 감정을 이해 할 수 있어요. 니나의 입장에선 베라와 남편이 자신을 배신했다고밖에 느껴지지 않거든요. 상황이 그렇죠.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이미 존재하지 않을뿐..

 

이미 베라와 거쉬, 남편 빅토르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베라가 배신했는지 아닌지 진실은 알 수 없어요. 다만 세월이 흘러 나이 들어버린 니나는 천천히 과거를 회상하며 그들을 오해한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야기 자체는 흥미로운 이야기예요. 하지만 니나의 프리마돈나의 삶에 관한 것, 러시아를 탈출한 뒤의 삶에 관해선 전혀 이야기가 없습니다. 그래서 딱히 그녀가 얼마나 파란만장하게 살아왔는지 그것에 대한 공감은 할 수 가 없네요. 러시아를 탈출할 때의 상황도 생각보다 긴박하게 느껴지지 않구요.

그저 예상 할 수 있을 뿐인데 앞쪽 부분의 호박목걸이에 관해 추척하는 부분이 너무 늘어져 버린탓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감동적이라고 하기엔....갸우뚱하게 하는 소설인것 같아요.

 

니나의 시선으로 바라본 상황이기 때문에 많이 묘사가 되진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니나보다는 베라의 삶이 더 파란만장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 소설은 서술이 참 멋진데 아름다운 비유법들이 많아요. 그런 묘사들을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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